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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리뷰

안면도 여행 ( feat : 서산 맛집 탐방 )

by Atom 선생 2023. 2. 20.

아직은 찬 바람이 쌩쌩 부는 2월의 중순 - 간만에 과외 수업이 없는 날. 어머니를 모시고 남편과 딸 둘 ( 사람 딸 1. 개 딸 1 )과 함께 안면도 여행을 다녀왔다.

출발 할 땐 날씨도 흐리고 비도 약간 뿌려서 맘이 좀 가라앉았다.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남편과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골프라도 치러 가면서 바람도 쐬고 맛집도 다니며 힐링했는데, 지난 가을 이후 아버지의 병세가 심해 지시면서 하룻밤 자고 오는 외출이 쉽지 않았다. 이번 여행도 출발 하루 전까지 숙소 예약을 미루가며 아버지 상태를 지켜보다가 막판에 간신히 예약했다.

다행히 여행객들이 많지 않은 곳을 택해서 강아지와 함께 하룻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서울을 빠져나가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서 처음 도착한 곳은 혜미읍성 이었다. 딸아이 학교가 부근이라 몇 번 해미읍을 방문 하기는 했지만 해미읍성 안을 들어가 보는 건 처음 이었다.

 조선시대 군사훈련장 일거라 생각했는데 가톨릭 성지이기도 했었다 (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다녀 가셨다니!!)

 위 사진의 나무는 조선시대 천주교인들을 고문하고 교수형에 처했던 나무라고 한다. 태풍에 일부가 유실되어서 외과적 수술을 받고 지금의 모습을 유지 중 이라고 한다. 천주교 박해의 현장을 보면 항상 지금의 내 종교적 믿음이 비교되며 부끄러워진다. 

 

점점 더 거세어지며 차가워지는 바람으로 자리를 옮겨 안면도로 향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쉬다가 일몰 시간에 맞춰 ' 꽃지 해수욕장 ' 으로 향했다. 서해에서 일몰이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바닷 바람이 거세고 기온도 낮아서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이 시리다 못해 아플 지경이었다.

그러나 떨어 지는 해가 만들어내는 장엄한 노을을 바라 보면서 잠시 동안은 추위도 잊고 그 광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90이 가까우신 어머니가 지금껏 본 노을 중 가장 멋있다고 하시니 인정 할 수 밖에 없다!

개 딸과 다정한 모습으로 노을을 배경으로 서있는 남편을 한장 찍어 주었다. 장시간 운전에 이것 저것 알아보고 신경 쓰고 여자 셋을 모시고 다니느라 힘들텐데 짜증 한 번 안 내는 남편에게 글로나마 고맙단 인사를 전한다.( 여보~땡큐~!)



해가 바다 밑으로 완전히 삼켜지는 걸 보고 부지런히 숙소로 돌아와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BBQ파티를 즐겼다. 물론 고기도 남편이 구워서 정말 손가락 까딱 안하고 저녁 식사를 즐겼다.



아침이 되니 숙소 앞 바다가 완전히 물이 빠져서 질퍽한 뻘이 되어 있었다. 조개좀 캐 보겠다고 장비까지 구비하며 해루질 준비를 해왔으나 생각보다 기온이 낮아 해루질은 다음으로 미루고 서산 노포 식당 중 꼭 가려고 맘 먹었던 곳을 방문 했다.

 

아는 사람만 방문할 듯한 장소에 위치해 있어서 들어가면서 호기심이 많이 생겼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런 시골 산골짜기에 이렇게 허름한 집이 유명할 수 있는지...

어떤 메뉴가 가장 맛있냐고 사장님께 여쭤보니 모든 메뉴가 다 자신 있다고 하셨다. ( 자신감 뿜뿜! )

처음 방문이냐고 물으시곤 그렇다면 시래기 돌솥밥과 곤드레 돌솥밥을 권하셨다. 사장님 추천 메뉴를 주문 하고 식당 안을 찬찬히 돌아보니 정말 세월의 흔적이 많이 보였다. 적어도 20-30년은 족히 넘은 듯 했다.

기본 찬이라고 깔아 주신 반찬들을 보고 정말 입이 떡 벌어졌다. 이 가격에 이런 퀄리티라니.. 무엇보다 반찬 하나 하나의 맛이 정말 뛰어났다. 짜지도 그렇다고 강남의 흔한 오가닉 푸드 처럼 밍밍하지 않은 신선하고 건강한 맛이 모든 반찬에서

느껴졌다. 너무 맛있어서 밥은 사진에 담지도 못했다. 다음에 오면 이걸 먹는다 저걸 먹는다 하며 재방문을 가족끼리 약속하며 점심을 마쳤다. 나오는 길에 먼곳에서 오신 듯한 사모님들( 외투며 들고 계신 가방이 우와! )이 식당 외관을 보고

조금 실망 하신듯 투덜대며 안으로 들어 오셨다.

마음 같아선 후회 없으실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그분들도 10분 후엔 상을 보시고 만족하실 거라 기대하며

서울로 향했다.

 

짧은 여행 이었지만 나름 힐링도 되었고 무엇보다 어머니와 딸과의  오랜만에 여행이라 즐거웠다.

아버지의 건강이 조금 나아지신다면 같이 다시 가보고 싶은 코스이다. 

마지막 사진은 여행 후 떡실신한 개딸 사진으로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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